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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휼방지6 본문

지리릭

무휼방지6

ㄱㅏ가 2016. 7. 21. 03:02
현대 AU 무휼방지


  여름. 그 언제보다 질기게 삶을 갈망하게 되는 계절이다. 잠에서 깰 적에는 목 언저리의 땀들에 끈적끈적한 상태로 화장실에 들어가고, 잠에 들 적에도 마찬가지였다. 모든 감정이 날을 세우고, 모든 감각이 둔해지는 계절. 무휼은 살아있음을 느꼈다.

  이따금 방지는 이불에 누워 무휼의 맥박을 짚어보고는 했다. 그럴 때마다 방지는 말이 없었다. 평소에도 말이 없었지만 그 때만은 무휼이 무슨 말을 걸어도 답하지 않았다. 낡은 선풍기가 시끄럽게 돌아가고, 멀리서 매미가 우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둘은 잠에 빠졌다. 두근 두근, 어디선가 자꾸 맥박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.

  무휼은 방지의 도움 없이는 제 맥도 짚지 못했다. 몇 번이고 알려줬는데도 무휼은 맥박이 손목 어디서 뛰는지 감을 못 잡았다. 방지가 무휼의 손을 잡고 무휼의 반대쪽 손목 언저리를 짚어줄 즈음에서야 무휼이 웃었다. 와, 진짜 뛰네, 하는 소리를 하고는.

  문득 무휼은 겨울의 방지를 추억한다. 추위를 많이 타는 애 치고 옷을 그리 두껍게 껴입지 않았다. 셔츠, 넥타이, 조끼, 마이. 그리고는 끝이었다. 새하얀 입김을 뱉으며 그 때도 방지는 무휼의 맥을 짚고 꾸벅꾸벅 졸았다. 방지가 입은 것에다 후드집업에 파카까지 껴입은 무휼은 킁 하고 방지에게 제 담요를 덮어주었다. 겨울의 이방지는 살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. 이대로 깨어나지 않는다 해도 그런대로 믿을 만 해서 무휼은 살짝 불안해졌다. 방지야, 일어나. 으응…. 나 두 시간 잤어, 좀 둬…. 뒤척이며 앙알대는 방지에 무휼은 안심했다.

  방지의 겨울은 예민했다. 손이 얼고 발이 얼어 도저히 무얼 할 수가 없었다. 온 몸의 감각은 곤두서는데 머리는 둔하게 돌아간다. 옷은 입으면 입을 수록 동작이 느려져서 굳이 갖춰입지 않았다. 언젠가부터 무휼은 겉옷을 두 겹씩 입는 것도 모자라 텅 빈 가방 안에 후드티를 하나씩 더 챙겨왔다. 무어냐 묻자 헤실 웃으며 말했다. "너 입으라구." 그 웃음이 너무 같잖고 헤퍼서, 방지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. 무휼의 후드티는 방지에게 조금 컸다.

  너 왜 자꾸 내 손목 잡고 자? 손도 아니고. 무휼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을 적이 있다. 방지는 이제 막 일어나 비몽사몽한 눈을 부비며 잠긴 목소리로 답했다. 그냥, 제일 따뜻해서.
  그러고보니 방지의 손은 항상 차가웠다. 겨울에는 말할 것도 없고, 여름에조차 방지는 살이 찼다. 그에 반해 무휼은 온 몸이 따뜻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방지가 그 손을 잡으려하면 화들짝 놀라 방지를 돌아보았다. 뭐야, 방지야. 말은 하고 잡아. 말하면 뭐 네가 덜 놀라?

  그리고 또 언젠가부터 방지는 무휼의 맥박을 짚지 않았다. 요즘에는 손목 잘 안 잡네. 생각 없이 무휼이 말을 뱉었을 적이 있다. 방지는 잠시 생각하다 짧막하게 답했다. 요즘에는 손이 안 차더라고.
  무휼에게 방지의 손은 아직도 차가웠다. 그래? 하고 끝난 대화에 무휼은 방지의 맥을 짚었다. 뛰지 않는다. 분명 제가 잘못 짚은 게 분명한데도 방지가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.

  무휼은 빨리 여름이 오기를 바랐다. 내년 여름이 오면 내가 네 맥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으련지.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. 여름의 이방지는 삶을 갈망하는 것이, 꼭 살아있는 사람의 모양새였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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