효민정구8
정구는 고양이를 길렀었다. 오드아이였었는데, 아는 지인에게 부탁받았으나 지인이 죽어버렸기에 대신 키우게 된 고양이였다. 존나게 비싼 거라고 신신당부하고 가더니만, 제 고양이까지 놓고 간 외국에서 죽어버렸단다. 단순한 사고였다고들 한다. 사고인지 뭔지는 아무도 모르는 건데. 정구는 이제 기억도 잘 안 나는 지인의 이름을 대충 뇌까렸다. 이… 뭐였더라. …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. 성이 이 씨였다는 것은 기억이 났지만. 정구의 별 쓸모 없는 인맥중에서도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구는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. 돈이나 떼어먹을걸. 제 품 안에서 고양이가 울었다. 정구는 그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. 비싼 고양이라길래 어떻게 될 지 몰라서 어떻게든 맡고 있긴 한데. 어두운 방 안에서 자꾸만 빛나는 고양이의 눈을 정구는 싫어했다. 저를 꿰어보는 눈빛이 죽은 이의 아들과 비슷했기 때문에. 고양이를 닮아 그를 싫어하는 것인지 그를 닮아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. 몰라. 이제 만날 일도 없을 텐데. 정구는 침대에 몸을 뉘였다.
씨발. 그리고서 딱 사흘하고 5시간 25분이 흐른 토요일 오전 5시 39분이었다. 존나 중요하니까 한 번 더 말한다. 오전이었다. 그 때 당시 정구의 집 밖에서는 해가 뜰락 말락 수평선 너머에 걸쳐져 있었다. 정구의 집에는 핸드폰 외에 시간을 확인할 수단이 없었다. 텔레비전도 벽시계도 컴퓨터도 정구는 집에 들여놓지 않았기 때문이다. 핸드폰을 들고 신경질적으로 욕을 되뇌었다. 이 시간에 어떤 또라이새끼가 문을 두드려. 마른 입술을 축이고 문을 연다. 열린 문을 시작으로 으슬으슬 몸을 타고 차오르는 한기는 저를 감쌌다. 그리고 존나 좆같게도 제 시야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. 아 미친 년이 이 시간에 벨튀야. 이를 악물고 앙알대는 정구의 어깨너머로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. "형 집 존나 쪼그매." 깔깔 웃으며 제 입에서 막대사탕을 빼내는 이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지만 낯익은 것 또한 아니다. 익숙한 듯 제 집 소파에 누워 고양이의 등을 매만지는 이의 이름을 불러제끼며 정구는 신음했다. 아, 씨이발, 이효민…. 정구는 그제서야 죽은 이의 이름을 기억한다. 이상규. 좆같은 저 싸이코새끼 애비.